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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개발 | Organization Development

물감, 섞어서 색을 만들면 되잖아요!

 

지난 주 조선일보 이성훈 파리특파원이 쓴 칼럼에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문구점에서 경험했던 문화차이에서 시작하여 특정 유행이 없는 패션의 도시”, 파리가
가능한 이유에 대해 나름의 해석을 내놨었습니다. 그 동안 자신이 신세 진 이웃의
초등학생 아이에게 물감을 선물하기 위해 문구점을 갑니다. 신세를 갚기 위한 마음에
자신의 기준대로 물감의 종류가 많은 것이 좋은 물감이라 여겨 좋은(?) 물감을 찾아
보지만 10가지 색이 넘는 것이 없음을 확인하지요. 그래서 주인에게 물어보지만
의아해하는 주인으로부터 섞어서 색을 만들면 되잖아요라는 말을 들으면서 한국과
프랑스의 차이와 그것의 영향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그의 칼럼을 읽고 이런 일상에서의 차이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어릴 때,
물감은 물론 크레파스, 색연필, 사인펜색깔을 가진 문구들의 색깔 이름들을 기억해봅니다.
어떤 색들은 아예 사물의 이름이 그대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벽돌색, 나무색, 심지어 똥색까지아주 진한 분홍색은 진달래색으로
이쯤 되면 모든 사물에는 이름 붙여진 색 외에는 다른 색이 들어갈 틈이 없어집니다.  

정의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정의는 불명확한 것을 명확하게 해주는 좋은 면이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정의해버리고
나면 그 정의를 넘어서지 않고 그 범위 안에서 생각하게 하는 다른 힘이 생기게 됩니다. 때로는 그런 방법으로 공부를
하게도 하고 사람들의 행동을 합법과 비합법으로 나누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 나쁜 것으로 정의되기도 합니다.
이것이 사회적 룰이 되어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오게 되면 다른 정의를 생각하는 것은 점점 힘들어지지요.

기업에서 리더십 교육이나 회의를 퍼실리테이션할 때는 이렇게 형성된 정의가 창의적인 생각을 만들어내는 데 장애가 되는 것을 쉽게
목격하곤 합니다. Role playing을 위해 사례를 제공하면 참가자들은 사례를 이해하기 쉽게 해석해달라고 합니다. 말하자면 사례에 대한
정의를 요구하는 것이지요.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하기 위한 논의에서도 기존의 정의범위 안에서만 생각합니다. 기발한 생각을
내놓으면 기존 정의의 프레임에서 논의되다가 결국 발도 붙여보지 못하고 사라집니다.

섞어서 색을 만들면 되잖아요.”라는 문구점 아저씨의 당연한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해봅니다. 조직 내에서 섞는 행위는 어떤 것이 될까요?
혼자 이것 저것 섞어서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만들어보는 것도 가능합니다. 여러 사람이 섞는 행위는 어떨까요? 무엇으로 가능할까요?
조직 내 대화가 그런 섞는 행위를 촉발시키는 것이 아닐까요? 활발한 대화가 조직이 원하는 색을 만들어내게 합니다. 다른 어디에도
없지만 우리 조직이 그리고 싶어하는 객체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그런 색을 만들어내게 해줍니다.

 

조직 안에서 대화를 서로 섞는 것이 가능하게 하는 것, 요즈음 조직개발의 핵심 화두이며 동시에 새로 요구되는 리더의 핵심역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