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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실리테이션 | Facilitation

회의의 식물화 현상이 불러오는 것

2007 4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학교 현장보고서를 본 어느 대학교수가 쓴 글에는 교무회의에 대한

개탄이 들어있었습니다. 교장이나 교감의 발언에 발언을 하는 교사 없다는 현장이 그대로 화면에 담겨서

일반인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학교교육의 일선 전문가들이 교육에 대한 논의에서 할 말이 없다는 것이 오늘날

우리 교육 현실의 인과관계를 여실히 말해주는 것이죠. 그 프로그램에는 학원에서의 회의장면을 대비해서

보여줍니다. 열띤 토론과 의견교환이 오가는 장면이죠. 학원의 경쟁력을 쫓아갈 의욕조차 갖지 못하는 학교의

문제점이 교무회의에 있다면 너무 과한 이야기일까요?

 

그렇다면 기업의 회의, 행정부처의 회의, 여기는 풍경이 좀 다를까요? TV화면에 담기진 않아도 비슷하지

않을까 합니다. 교무회의에서의 권위주의는 고스란히 기업에도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창의경제는 창의적 아이디어의

교환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먼저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토론, 비판, 성찰 등이 살아서 날아다닐 수 없는

곳에서는 정신은 깊은 수면에 빠질 것이며,  일방적 "쏟아붇기"와 "무조건 받아 먹기"만 있을 뿐입니다.  이런 관행은

조직 내에 두 가지 치명적 특성을 가진 정신적 습관을 키운다고 이 대학교수는 말합니다. 첫째는 지적 무기력이고,

두번째는 호기심 상실입니다.

 

"질문하고, 생각하고, 그렇게 생각한 것을 비판적, 논리적, 분석적으로 점검하는 일에 이르면 정신은 절인 배추와도

같은 무기력 상태에 빠진다."고 그는 적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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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급이 높아질수록 회의의 식물적 현상은 더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지적 무기력과 호기심 상실로 인해 일방적

통보로 끝나게 됩니다. 치열한 논쟁이 오가는 것을 보는 것은 너무나 어렵습니다. 상, 하 모두가 합심해서 만든

결과인거죠. 생각할 힘이 없는 조직은 낯선 과제를 만나면 금새 길을 잃어버리곤 하지요. 현상에서 문제를

구성하고, 그 문제를 풀어갈 방법을 찾아내는 그 지난한 사고과정을 버티어낼 힘을 절인 배추와 같은 조직에서는

기대할 수 없지요

 

생각해볼 일입니다. 내가 하는 말이나 보여주는 무언의 행동이 구성원이나 조직을 절인 배추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하는 건 아닌지 말입니다. 여러사람이 모인 회의를 식물인간처럼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

 

회의실이란 이 기막힌 공간 안에 조직의 경쟁력을 말해주는 모든 것이 들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