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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있는 Cafe

한 사람의 비전이 만든 보스턴의 탄생

요즘 우리는 자주 꿈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것을 조직에 들여오면  비전이란 이름을 붙여줍니다. 꿈이나 비전, 그건 이룰 수 없는 것이라는
자조적인 마음에서 이야기되기도 하고, 또 때로는 무궁무진한 이야기 보따리처럼 흥미진진한
모험심으로 이야기되기도 합니다.

지난 주에도 저는 이틀동안 Mars Korea(쵸콜렛, Pet food, 커피, 등을 국내에서 판매하는 회사임.
M&M 쵸코렛, Skittles 등의 대표 브랜드가 있음)의 비전수립을 위한 그룹워크숍을
퍼실리테이션
하였습니다. 당연히 흥미진진한 모험심으로 넘친 이틀간이었죠. 이번 워크숍은 내부에서 회사의
꿈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세 사람에게서 비롯되었습니다. 사장님을 비롯하여 인사책임자와 영업책임자,
사실 조직의 가장 핵심적인 세 사람이지요. 그들은 자신들의 꿈 작업에 저를 끌어들였고, 그 회사의
5년 뒤에 대한 꿈작업은 22명을 더 끌어들이면서 결정적인 능선에 올라섰습니다.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이 보따리에서 쏟아져나온, 그런 시간들이었습니다.

저는 참지 못하고 그들을 지켜본 제 소회를 워크숍 말미에 고백하고 말았습니다. "당신들은 정말
수다쟁이들입니다. 무지무지하게 벌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라구요. 한 달 내에 그들의 다음
작업을 이어가기로 결정했지만, 그들이 함께 꿈꾸었던 그 시간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그들의 마음에
<우리들>이란 공동체 의식과 <꿈의 달성>이란 공동의 책임의식에 대한 씨앗이 안전하게 심어졌습니다.

이 즈음에서 <꿈>이나 <비전이>이 만들어낸 실체가 궁금해졌습니다.
저도 흠뻑 빠져든 시간이었기 때문에, 약간은 벗어나서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고 싶었던 거지요.
그래서, 굳이 회사가 아니어도 괜찮은, 그런 꿈을 통해 만들어진 실체를 찾아봤습니다.

더위를 피해 네이버 도서관을 찾았습니다. 
네이버는 유명인들의 서가를 인터넷에서 공개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읽은 대표 책 몇 권들은 
도서관을 들어서면 마치 환영이라도 하듯 방문자를 맞이합니다. <김난주의 서가>를 둘러보던 중에
<세상의 도시>란 책이 눈에 띄어 자리로 가져와서 읽어봤습니다. 그다지 자세한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은 그런 책이었습니다. 아이들의 그림책처럼 장정본으로, 짧지만 각 도시의 유래를 담고 있었죠.

제 두 아들이 공부하고 있는, 대단한 하버드대학은 아님, '보스턴'을 소개한 페이지를 펴봤습니다.
그랬더니... 그 '보스턴'이 바로 영국에서 이주한 한 사람의 꿈에 의해 도시로 자리잡은 곳이더군요.  

보스턴의 원래 이름은 쇼멋이라고 합니다. 최초의 거주민은 서쪽의 버려진 식민지에서 살아남았던
윌리엄 블랙스톤이란 남자인데요, 이 남자는 1625년부터 30년까지 홀로 쇼멋에서 살다가 챨스강 북부
위험지역에 살던 청교도 무리를 불러 쇼멋에 정착시켰는데 이들은 1629년 찰스 1세의 칙령으로
세워진 매사추세츠 베이 회사의 일원들이었습니다. 이 회사의 관리자는 존 윈스롭이었구요.
영국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에 연루된 이 이주민들은 성직자의 통치 아래 향후 50년동안만 찰스강
북부지역에 살도록 허가받은 상태였습니다
. 이후 얼마되지 않아 블랙스톤이 보다 안락한 분위기의
로드아일랜드로 떠난 반면 (이런 일은 지금도 자주 일어나지요. 작은 보상을 받고 자신이 내놓아야
하는 것의 가치를 제대로 판단하지도 않은채... 그렇다기 보다는 그런 심리를 꿰뚫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다분히 의도적인 이야기에 넘어가 지금의 가치보다 조금만 높여주면 그냥 넘겨버리죠.) 원스롭은
자신이 속한 지역공동체의 미래에 대한 분명한 비전을 마련한 뒤 이주민들에게 조목조목 설명하기
시작합니다. 그의 말은 (조직개발에서 우리는 이를 비전 커뮤니케이션이라 합니다.) 이랬습니다.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 곳은 언덕 위의 도시가 될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의 눈이 우리를
향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 이주민들의 고향인 영국 링커셔의 도시 이름을 본 떠 보스턴이라 새롭게 명명했다네요.
새로운 이름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꿈을 꾸게 하는 신통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아마도 비전 선언문 (Vision Statement)이라 부르는 것과 같은 기능을 하는 것 같습니다.

미국역사의 중심이면서, 지금은 미국 최고의 지성을 만들어내는 하버드대학, MIT대학, 보스턴 칼리지,
보스턴대학... 2년전 이곳을 방문했던 당시 비로소 알게 된 거지만 마르틴 루터 킹도 이곳에서
흑인인권운동의 새로운 꿈과 비전을 만들어냈습니다.

한 사람의 꿈에서 시작된 것이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퍼실리테이션을 통해 제가 지원하고 있는 회사들의 꿈 작업 도와주는 활동들을
정말 좋아합니다. 그게 뭐 그리 좋으냐구요?
당연히 좋습니다.
그들이 비전을 등에 업고 멋지게 벌일 한 판이, 그 결과가 정말 기대되니까요.